딸아이 친구와 그 엄마, 그리고 우리 가족 같이 물놀이를 다녀왔다.
5시쯤 정리를 하려고 짐을 옮기는 데, 한 아주머니가 계속 멀리를 보며 소리를 지른다. 드문 일이지만 모른 체하고 내 하던 일(짐 옮기는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차에 여러 번 다녀오는 데, 참 끈질기게 오래도록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안 보이던 게, 보인다. 조그만 아이 (딸아이보다도 작다) 하나가 꾸물꾸물 글자 그대로 "기어" 오고 있었다. 이 아주머니는 기다리든 지, 기어오라고 소리지르고 있었던 거다. 아이는 팔다리가 꼬인, 장애아동이었다. 잠시 멍하게 아이와 아주머니, 그리고 그 주변에 서성이는 어른들을 번갈아 바라보다 나는 "그래도 사람인지라" 동정이 인다.
아주머니에게 가서, 내가 아이를 도와줘도 되냐고 우선 묻는다. 아이가 허락하면 그러란다. 자기는 10파운드 이상 들 수가 없어서 여기 서 있는 거란다. 우선 아이에게 달려갔다. 달려가다가 아주머니에게 다시 묻는다.
"What's his name?", "Luke"
아기는 눈물과 땀에 젖었는 데도 쉬지않고 꾸물꾸물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기어오고 있었다. 아이에게 묻는다.
"Luke, Can I ... May I help you? "
아이는 대답없이, 꿈틀거리길 멈춘다. 알아들은 모양이다. 천천히 안기 편하게 아이를 눕히고 두손으로 조심스럽게 안아본다. 가볍다. 딸아이가 25파운드인데, 그보다 훨씬 가볍다. 그 아주머니 팔 한 쪽도 안 될 몸무게다. 아이를 두 팔로 안으니 아래가 축축하다. 물 아니면 오줌이겠지. 조금 들고 걸으니 아이가 목을 빳빳이 들려고 힘을 쓴다. 해가 낮아져서 아마 눈이 부신가 보다. 오른 팔을 약간 들어올려서 아이가 목을 기대게 해준다.
"Hey buddy, take some rest."
아이가 고개를 내 팔에 기대며, 편히 머리를 가눈다. 제법 안길 줄 아는 녀석이다. 머리를 내 팔과 가슴에 기대어 밀착이 되니 나도 수월하고 좋다. 아이를 차 안에 앉혀놓고 되돌아 나온다. 돌아보기에는 마음이 좀 무거웠다.
다시 자리로 돌아오니 옆에 섰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모두들 한 마디씩 칭찬을 늘어놓는다. 그 작은 아이가 기어서 지나갈 때는 구경만 하고 있던 사람들이... 정말 한 마디씩 쏘아부쳐주고 싶지만, 유세 떠는 것 같아 그냥 꿀꺽 삼켰다.
즐거웠다가 씁쓸한 날이었다.
Friday, August 1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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